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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주웅교수의 굿모닝 미즈] 깨진 유리창 이론과 건강염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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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7-15

 

[주웅 교수의 굿모닝 미즈] 깨진 유리창 이론과 건강염려증

 

의학관련기사 항상 관심 갖되 자신의 증세에 짜맞추면 안돼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건물 유리창이 한 장 깨졌을 때, 이를 사소한 것으로 여기고 방치해 두면, 나중에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이 금방 수리되지 않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건물은 주인이 없거나 있어도 관리를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된다. 유리창이 다 깨진 건물은 다시 버려진 건물로 인식되어,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후 설득력을 얻어 도시 정책에도 활용되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우리의 건강 관리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정기 신체검사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 여러 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재검과 전문의의 진찰, 그리고 정밀 검사까지 마쳐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재 통증이나 다른 자각증상이 없으니까 일단 지켜 보고 내년 검진 때 확인해 보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몇몇 이상 수치들은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되어 아무런 위험이나 걱정이 되지 않는다. 이런 내용들은 대개 건강검진 결과지에 적혀 있으므로 결과지의 권유대로만 한다면 깨진 유리창을 즉시 수리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정기 검진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뭔가 이상한 증세를 스스로 느낀 경우라면 병원에 가야 할지, 두고 볼지에 대해 건강검진 결과지 같은 친절한 행동 지침을 받을 수가 없다. 인터넷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지만 역시 확신이 서질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의사를 만나 상담하는 것인데, 시간상, 기타 사정상 여의치 않은 때가 많다.

 

이런 때를 위해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의학 관련 기사 주의 깊게 읽기’이다. 의학 관련 기사는 그 신뢰도를 위해 아직 불확실한 내용이나 논란이 많은 치료법, 실험적 단계의 지식을 배제한다. 따라서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는 의학지식을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 주는 의학 관련 기사를 관심 있게 읽고 기억하는 방법은, 혹시 있을지 모를 의학적 고민거리에 자문(自問)으로 자문(諮問)을 대신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깨진 유리창 이론뿐 아니라 반대로 ‘건강염려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이란 사소한 이상 증세 혹은 느낌을 심각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중병에 걸려 있다고 확신하여 불안해하고 걱정하면서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대체로 꼼꼼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데 건강염려증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의학 관련 지식을 탐독하고 이를 자신의 문제에 짜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의학 관련 기사를 읽을 때 자신의 증상에 맞는 단어만을 발췌하여 각인시키지 말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정확한 진단법이 무엇인지 정독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하고 싶다.

 

이화여대여성암전문병원 부인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