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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부인암 환자의 호르몬 치료 -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주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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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1-08-11

 

부인암 환자의 호르몬 치료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주 웅

 

  호르몬 치료는 폐경 여성의 주요 증상인 안면 홍조와 질 건조감 (vaginal dryness)을 경감시키고 골다공증과 골다공증성 골절의 예방 효과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02년 7월 WHI(Women’s Health Initiative) study에서 폐경기 호르몬 치료로 인한 유방암의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온 뒤로 유방암에 대한 공포심이 갱년기 호르몬 치료를 망설이게 하였다. 더구나 이미 암을 진단 받고 치료 받은 여성 환자들은 호르몬 치료가 자신이 치료받은 암의 재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호르몬 치료를 꺼리는 실정이다.  의사로서는 호르몬과 관련 없는 암환자의 경우 비교적 쉽게 호르몬 처방이 가능하지만 호르몬과 연관성이 있거나 있을 가능성이 있는 암 환자에게는 호르몬 처방을 쉽사리 내리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임상적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제한적이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부인암 환자에서의 호르몬 처방에 대한 지침을 정리해 본다.  

 

1. 자궁내막암(Endometrial Cancer) 환자의 호르몬 치료

 

 자궁내막암은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치료 과정에 양측난소절제술이 포함되므로 특히 환자들의 폐경 증상에 관심이 모아지는 암이다.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 자극에 의해 증식되고 악성전환도 될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으므로, 자궁내막암은 특별히 호르몬 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인암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데이터에 의하면 전체 환자의 25%가 폐경 전에 진단되고 40세 미만의 환자도 5% 정도를 차지하므로 특히 이들 젊은 환자에 대한 호르몬 치료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몇몇 후향적 연구를 비롯하여 최근의 GOG 137A study나 Ayhan 등의 전향적 연구를 통해 보면 이들 환자에 있어서 호르몬 치료는 재발이나 생존기간에 영향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GOG 137A study는 1,236명의 I, II기 자궁내막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중맹검 연구를 시행한 것으로 5년의 계획 하에 시행되었으나 WHI study 결과로 인해 조기 종료된 연구로 618명의 CEE 0.625mg을 사용한 환자와 618명의 위약을 사용한 환자를 비교한 것이다. 평균 추적 기간은 35.7개월이었고 CEE group과 placebo group에서 재발율 (1.3% vs 1.5%)이나 사망률 (3.1% vs 4.2%)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Ayhan 등의 연구는 대상 환자 수는 투약군 50명, 대조군 52명으로 연구 규모는 작으나 CEE와 함께 MPA 2.5mg을 투약한 연구로 평균 49.1개월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호르몬 치료를 시행한 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재발율이나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음을 보였다. 따라서 자궁내막암 I, II기 환자에게 있어서 호르몬 치료는 암의 경과에 대한 영향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아직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과 프로게스테론 병합요법 중 어느 것이 우월한지에 대한 직접적 비교 결과는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WHI study에서 자궁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이 유방암 위험의 증가를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수술 후 프로게스테론의 예방적 투여가 재발율에 차이를 주지 않았으며, GOG 137A study에서 위약군에서는 유방암이 3건 발생한 것에 비해 투약군에서는 유방암 발생이 없었던 것으로 보면 자궁내막암 I, II기로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2.난소암(Ovary Cancer) 환자의 호르몬 치료

 

난소암 환자의 70%는 난소암 III, IV기에 진단되고 이들의 5년 생존율은 2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들 환자에서 호르몬 치료를 하였을 때의 경과는 몇몇 후향적 연구에서 생존기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9세 이하의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4년 간의 전향적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연구는 130명의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6-8주에 무작위 선정하여 CEE 0.625mg 치료군과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 간의 결과를 본 것으로 무병생존율(disease free survival)이나 생존율(overall survival)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호르몬 치료군에서는 삶의 질 (quality of life)의 향상이 뚜렷했다. 난소암 환자 중 endometrioid 조직의 난소암 환자만에 대한 호르몬 치료의 효과와 프로게스테론의 병합이 필요한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3. 자궁경부암(Cervix Cancer) 환자의 호르몬 치료

호르몬 치료가 자궁경부암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에서도 호르몬 치료가 5년 생존율이나 무병생존율(disease free survival)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의 한 가지 아형인 자궁경부선암(adenocarcinoma)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데 한 환자-대조군 연구(case-control study)에서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요법(EPT)이 자궁경부암 중 편평상피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이나 자궁경부선암(adenocarcinoma)의 위험을 특별히 증가시키지 않으나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의 경우 자궁경부선암(cervical adenocarcinoma)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R=2.7, 95% CI, 1.1-6.8).37

 

4. 유방암(Breast Cancer) 환자의 호르몬 치료

유방암은 폐경 후 호르몬 치료의 금기증으로도 여겨졌으나 유방암 치료 과정의 특성상 환자의 상당수가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를 겪게 되고 비호르몬 치료로 알려진 방법들 중 아직까지 호르몬 치료만큼의 효과를 내는 것이 없어 재발의 위험이 적고 심한 안면 홍조 등의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에 대한 연구가 있어왔다. 현재까지 수행 된 임상시험들의 결과는 일관되지 않은 실정이다.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호르몬 치료의 임상시험으로는 HABIT (Hormonal replacement therapy After Breast cancer-Is It safe?) trial과 Stockholm study가 있는데 HABIT trial의 경우 434명의 환자를 무작위 배정하여 2.1 년간 치료 후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재발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조기 종료 되었다. 특히 ER 양성인 환자 (RH 4.8, 95% CI: 1.1-21.4)와 tamoxifen 치료를 하지 않는 환자 (RH 3.7: 95% CI: 1.5-9.0)에서 위험이 증가하였으며 전체 호르몬 치료군에서도 재발의 위험이 증가하였다 (RH 3.5, 95% CI: 1.5-8.1). 이에 반해 Stockholm study에서는 37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4.1년 간 시행한 것으로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의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연구에서의 결과의 차이는 HABIT trial에 lymph node 양성인 환자가 많고 tamoxifen을 쓰는 환자가 적으며 progesterone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여 된 점이 지적된다.

따라서 유방암 환자에서 갱년기 증상이 있다면 호르몬 치료 외의 생활습관 교정, SSRI 등의 비호르몬 요법을 먼저 시도해 보고 이와 같은 방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 호르몬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방암 환자의 선택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방암의 재발 가능성이 적고 5년 이상 재발을 보이지 않은 경우, ER 음성인 경우, 그리고 tamoxifen 등을 사용하는 경우 좀더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와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을 충분히 상의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최근 일반 여성에서 권고되는 바와 같이 최저 용량을 되도록 단기간 사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