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야기
알레르기성 혹은 비알레르기성 천식과 치료
과거 ‘요람을 흔드는 손’부터 최근 ‘검사외전’까지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천식을 앓고 있고, 천식 응급구제약물 흡입기를 다급히 사용하는 모습과 응급약물이 없을 때 사망의 위험까지 이를 수 있다는 설정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다수 있다. 사실 대부분 영화의 중요 줄거리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세부적인 것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천식을 주요 질환으로 보는 알레르기내과 의사는 이러한 장면도 매우 인상 깊게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천식이란 무엇인가? 천식은 호흡곤란, 기침, 천명음(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만성적인 기관지 염증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천식은 국내에서 유병율이 증가하는 질환 중 하나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적 수준이 올라가는 것과도 관계가 있으며, 이 외에도 항생제 사용의 증가, 대기오염, 서구화된 생활 습관 등도 천식 발생이 증가하는데 기여하는 환경적 인자라고 생각되고 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위생 상태가 더 좋아지고 감염에 대한 노출이 감소하는 것이 알레르기 성향을 더 조장한다는 ‘위생 가설’도 있어 최근 대한민국의 위생 상태의 호전이 알레르기 천식을 더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적인 인자가 전부는 아니고, 알레르기 질환의 유전적인 요인이나 비만과 같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요인들도 있다.
천식의 증상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호흡곤란, 가슴답답함, 쌕쌕거림, 기침 등이 반복해서 자주 나타나게 되므로 이러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와 상담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이러한 증상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운동할 때, 찬 바람 쐴 때, 특정 약물을 복용하고 난 뒤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낮보다는 특히 밤이나 새벽, 이른 아침에 증상이 더 자주 생기므로 주의 깊게 관찰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천식을 진단받은 뒤에는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요한데, 그 이유는 기도 염증이 지속될 경우 나중에 되돌리기 어려운 기도 개형이 합병증으로 남을 수 있고, 이 경우 간헐적으로 증상이 생기는 천식 환자에서 지속적으로 증상이 남아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처럼 될 수가 있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기도 개형 및 폐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에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과 같이 꾸준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천식은 알레르기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알레르기성 천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환자 개인의 알레르기 성향은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다. 천식 환자가 갖고 있는 알레르기 중 많은 수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털 알레르기인데 이런 경우에는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물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천식 증상이 거의 없고 아주 가끔 발생하는 경우에는 증상이 있을 때만 증상 완화제 흡입기를 사용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증상 완화제 이외에 꾸준히 사용하는 조절제가 필요하다. 조절제로는 흡입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게 되며, 흡입스테로이드 만으로 천식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흡입용 지속성 베타항진제라는 약물을 추가로 사용하게 된다. 이외의 먹는 약으로는 류코트리엔 조절제, 테오필린 등이 있고, 이러한 약물 사용에도 조절되지 않는다면 항 IgE 제재 등의 다른 치료제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봄을 맞이하면서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들이 날리는 계절이 도래했다. 앞에 언급한 인자들은 모두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천식 환자의 응급실 방문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천식 환자들은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등이 많은 날에는 가능한 외출을 삼가고, 외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황사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능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
천식은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감기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인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 장기적으로는 천식으로 인한 만성적인 기도 염증으로 인해 폐 건강에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 가까운 천식 클리닉을 방문하여 검사 및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피하고 미세먼지를 피하는 등의 환경관리도 동반되어야 하겠다.
글·김민혜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