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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주웅교수의 굿모닝 미즈] 산부인과 방문 꺼림증 과감히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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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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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웅교수의 굿모닝 미즈] 산부인과 방문 꺼림증 과감히 던져라

 

 

 

의사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다. 가족을 치료하는 일, 명절 때 병원 당직서는 일, 자기 분야가 아닌 진료과목에 대한 상담 받기, 자신의 전공과목 질병에 걸리는 일 등이다. 누구든 환자가 되는 것을 좋아할 리 없지만 특히 의사로서 자기의 전문분야 환자가 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피하고 싶은 ‘시추에이션’이다. 남자 산부인과 의사로서 다행인 점이 있다면 자신의 전공과목 진료를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전공과목의 환자가 될 일이 없다는 장점에도 남자 산부인과 의사는 ‘여성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는 일반적인 추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작가는 남자는 화성에서 온 사람이고 여자는 금성에서 온 사람이라는 은유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게 태어나 다르게 자랐으니 생각과 행동이 본능적으로 다를 것이고 결국 서로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남자이기 이전에 의사라는 전제, 그리고 임상경험을 토대로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기울이는 지속적인 노력 때문이다. 여성 환자들은 대부분 질병의 원인을 자신의 책임이나 과오에서 찾는다. 부인과를 찾은 여성 환자들, 유산 등으로 아픔을 겪은 산과 환자들 대부분은 진료실에서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왜 그런 거죠?”

 

임상 경험이 짧았을 때는 각 질병의 병태생리를 자세히 설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성 환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구구절절한 교과서 식의 해석이 아니고 본인이 어떤 잘못된 섭식이나 행동을 했는지, 부주의가 없었는지 하는 발병의 책임에 대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의사의 성별을 불문하고 산부인과에 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여성들이 많다. 아니 오히려 산전진찰을 하는 예비 엄마들을 제외하고는 꺼리지 않는 여성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신체적 프라이버시나 유교적 전통사상에서 기인한 산부인과 방문 꺼림증은 나이를 불문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팬티에 분비물이 묻어난다며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아홉 살 꼬마 숙녀도, 정기 검진을 위해 오신 65세 아주머니도 산부인과 진찰대 앞에서는 머뭇거리고 주저하게 마련이다.

 

어쩌면 본능적인, 산부인과 진찰에 대한 거리낌은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변해가야 한다. 서구에서는 신체적 프라이버시를 우리보다 더 철저하게 따지지만 의사에 대한 혹은 진찰에 대한 신뢰와 의존은 절대적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병원에 연수를 갔을 때의 일이다. 산부인과 여성 환자 진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지 담당 교수와 함께 해당 환자에게 설명을 한참 동안 하고 해당 환자의 동의를 구해야만 했는데, 미국인 여성 환자는 남자 의사인 담당 교수의 문진이나 진찰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이 응했고, 본인이 궁금한 내용은 세세히 질문을 했다. 궁금한 것들을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은 환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생각을 바꿔 보자. 의사가 내 몸을 애써 보려는 것이 아니고, 내 몸의 주인인 내가 불편하거나 궁금한 신체 부위를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라고.

 

이대여성암전문병원 부인암센터 주 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