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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주웅교수의 굿모닝 미즈] 맞춤형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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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6-01

[주웅교수의 굿모닝 미즈]

맞춤형 수술

 

 

 

케이블 TV 앞에 앉으면 리모컨을 들고 습관적으로 모든 채널을 확인하게 된다. 50개가 넘는 채널을 다 확인하고 그 중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를 고르는데, 이렇듯 모든 옵션을 훑어 보자니 잠자코 한 프로를 골라 보기까지 위아래로 세 바퀴 도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매번 채널쇼핑을 할 때마다 스쳐서 보게 되는 장면들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탤런트, 금방 밥상 위에 올려도 될 것 같은 요리, 불길 속을 뛰쳐나가는 액션 배우, 몇 번 재방송되는 주말 예능의 ‘선수’들 ….

 

숱한 채널 중에 결국 선택하는 것은 평소에 자주 보는 채널이고, 곧 자신의 관심이 가장 높은 내용이다. 케이블 TV는 다양한 옵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료 분야에서도 맞춤형 진료는 매년 괄목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항암제에 대한 반응을 미리 시험에 보고 환자마다 본인에게 효과가 가장 좋은 항암제를 선택하는 항암제 감수성 검사라든지, 호르몬 치료나 표적 치료에 앞서 수술로 절제해 낸 종양조직에 해당 표적들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면역염색법 등이 개별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하는 방법들이다.

 

부인암 분야의 수술법에도 맞춤형 수술이 있다.

 

부인암이라 함은 여성생식기계인 자궁이나 난소 혹은 외음부에 생기는 암을 지칭한다. 따라서 부인암 치료를 위한 수술은 불가피하게 자궁, 난소 등 임신, 출산에 없어서는 안 될 장기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수술 후 가임능력 보존 여부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즉 임신, 출산이 모두 끝난 여성은 암치료를 위한 자궁 절제, 난소 절제 등이 곧바로 추천되지만 아직 미혼이거나 향후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개개인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맞춤형 수술을 생각해야 한다.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된 미산부(未産婦·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가 향후 임신을 원할 경우 전체 자궁이 아닌 경부만을 절제하는 수술, 즉 근치적 자궁경부 절제술을 추천하게 되며, 같은 처지의 여성이 초기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았다면 호르몬 억제 치료와 주기적인 자궁내막 검사를 추천하게 된다. 경계성 난소종양이나 초기 난소암으로 판명된 여성들도 이와 같은 생식능 보존 수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자궁경부의 이형증이나 상피내암에 대한 원추절제술이나 광역학 치료도 생식능 보존 치료법으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

 

생식능 보존 수술은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들의 바람과 2세를 기다리는 가족의 소망을 지켜 주기 위해 행해지는 맞춤형 수술이지만 모든 부인암 환자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엄격하게 받아야만 한다는 점을 아울러 기억해야 한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부임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