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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주웅 교수의 굿모닝 미즈] 로봇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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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8-18

 

[주웅 교수의 굿모닝 미즈] 로봇 수술

 

확대 영상통해 수술 정밀도·효율성 높이고 콘솔앞에 앉아 수술진행 집도의 피로 줄어

 

 

 

 

주말을 맞아 모처럼 가족 외출을 갔다 돌아오는 일요일 오후. 차에서 잠이 든 아이들을 안고 피곤한 기색으로 현관문을 여는 순간, 말끔해진 마룻바닥을 보고는 이내 기분이 좋아진다. 로봇 청소기가 가족들이 없는 동안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마쳐 두었다. 그뿐이랴. 청소를 마친 뒤 자신의 ‘본부’인 충전장치로 무사 귀환하여 얌전하게 재충전을 하고 있다.

 

‘로봇’이라고 하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버튼만 누르면, 아니 명령만 하면 인간을 대신하여 노동을 정확히 수행하고도 지치지 않는 대견한 녀석들이다.

 

최근 로봇 수술이 도입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의료용 로봇은 어떨까? 수술실에서 몇 시간씩 서서 집도하던 의사들은 로봇에게 수술을 맡겨 놓고 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노’이다. 비록 청소 로봇이라도 센서를 갖고 외부 환경과 자신의 상태를 지각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이 있다면 자율형 로봇이다. 그러나 의료용 수술 로봇은 이러한 자율성이 있지 않다. 로봇 수술은 집도 의사가 자신의 눈으로 수술 시야를 인지하고 판단하여 수술할 부위에 로봇팔을 이동시키고 자신의 손동작을 똑같이 흉내 내게 하여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명령만 내리면 알아서 수술해나가는 자율형 로봇은 아니며 집도의의 섬세한 동작을 수술 부위에 그대로 전달하는 최신 로봇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로봇한테 수술을 시켜 놓고 주스를 마시며 모니터만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공상과학적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로봇 수술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매우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복 수술이나 기존의 복강경 수술로도 정밀한 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개복 수술 시 확보되는 자유로운 접근 각도, 복강경 수술 시 얻게 되는 확대 영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바로 로봇 수술이므로 수술의 정밀도가 향상될 수 있다. 또한 집도의의 수술 동작이 로봇팔에 전달될 때 실제 필요한 수술 동작이 아닌 손떨림 등은 걸러지게 되므로 손떨림에 의한 수술 효율성 감소라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집도의의 피로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로봇 수술을 위해 수술 동작을 입력하는 조종관을 ‘콘솔’이라고 하는데, 집도의는 콘솔 앞에 앉아 3차원 영상을 보면서 수술을 진행하게 되므로 서서 하는 수술이나 2차원 영상을 이용한 수술에 비해 근골격계나 눈의 피로도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집도의의 피로도 감소는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보다 나은 수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가(高價)의 수술비가 문제이긴 하나 컴퓨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것처럼 기술 개발로 로봇 수술이 대중화되는 날이 올 터이니 그 원리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이화여대여성암전문병원 부인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