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건강이야기

메디컬 드라마속 의사들의 스트레스 - 주 웅 교수
파일
  • 파일이 없습니다.
  • 조회수 2433
  • 등록일 2012-01-06

 

메디컬 드라마속 의사들의 스트레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부인종양센터 주웅 교수

 

의사로서 메디컬 드라마를 즐기는 데는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평소 드라마 해석이나 줄거리 예측의 권위자인 아내를 앞에 두고 메디컬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진료나 수술, 의사의 일상에 대해 “실제로는 저렇지 않아”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 행세가 첫 번째 기쁨이요, 훈남 주인공에 몰입한 일반 시청자가 의료진의 입장에서 의료 현장을 이해해주는 모습을 지켜보는 여유가 두 번째 흐뭇함이다.

 

메디컬 드라마는 대개 의사의 열정과 직업적 성장을 축으로 엮어진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빠지지 않는 러브라인과 삼각관계는 어디까지나 양념이다. 시청자가 원하고 제작진이 의도하는 고유의 매력은 환자 이야기와 병원 이야기다. 드라마 주인공을 통해 의사의 스트레스를 짐작해보자.

 

의대에 입학한 똑똑한 의학도가 전공의 1년차가 되어 겪는 스트레스는 수면부족이다. 드라마에서 저(低)년차 전공의를 설정하기는 쉽다. 장면마다 졸고 있는 의사가 바로 1년차, 혹은 서열의 가장 아래 의사다. 이들은 왜 잠이 부족할까. 의대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했으니 원래 잠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도 이길 수 없는 것이 24시간 언제든 오는 응급실 콜과 병실 콜이다. 밤새 환자를 돌보고 새벽엔 회진 준비, 아침엔 회진, 회진 후 수술 등 주어지는 업무량이 24시간 분량이니 짬을 내 조는 것도 생존기술이다.

 

전공의 고(高)년차나 펠로우가 되면 스트레스의 질이 달라진다. 수면부족은 개선되고, 얼굴색도 좋아진다. 드라마에선 고년차나 저년차 모두 말끔하지만 실제는 행색으로 연차가 분간이 간다. 고년차의 스트레스는 진로와 경쟁이다. 전문의를 마치고 펠로우를 계속 할지, 취직을 할지, 개원을 할지 고민한다. 교수직을 둘러싼 경쟁도 드라마에선 자주 등장한다. 논문 실적과 수술 실력, 병원 내 역학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함수를 풀어야 한다. 개원을 선택한다면 대신 무한경쟁의 정글에 뛰어들어야 한다.

 

성실히 정진해온 주인공 펠로우가 교수가 되고 아름다운 후배 전공의와 사랑이 완성되면 드라마는 종영 준비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펠로우였던 시절, 드라마 속 다른 인물을 되돌아보면 교수 발령 이후 삶과 스트레스를 예측할 수 있다. 부원장은 원장이 되기 위해, 원장은 선도형 연구중심 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과장은 매스컴에 잘 나오는 ‘명의’를 희망한다. 뛰어난 교수는 병원에서 살다시피하며 며칠에 한 번 집에서 혼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다수 의사는 그렇게 산다. 스트레스 없이는 성취가 없다고 마음속으로 되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