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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코로나 생존자’라고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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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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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 virus disease 2019, COVID-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22년 6월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삼분의 일이 넘는 1800만 명 이상이 COVID-19에 감염되었습니다. COVID-19 발생 및 확산 초기에는 일상 생활의 큰 변화, 감염에 대한 걱정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 등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즉 ‘코로나 블루(corona blue)’ 혹은 ‘코로나 우울’ 환자가 증가했다면, 2022년 초반 국내 일일 확진자 수가 60만명에 육박하며 확산세가 급증한 이후로는 COVID-19 생존자 중 장기적인 호흡곤란, 피로, 근육통, 두통 등의 신체적인 후유증 뿐 아니라 우울, 불안, 인지 손상, 외상후(post-traumatic) 증상 등 정신과적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COVID-19 관련 증상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호전되는 양상이나, 정신과적 증상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어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롱 코비드(Long COVID)란?

세계보건기구 WHO는 COVID-19 확진 후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고, 급성기 이후로도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며 다른 질환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신체적, 정신과적 증상을 통틀어 ‘롱 코비드(Long COVID)’ 혹은 ‘COVID후 상태(post-COVID condition)’라고 정의하였습니다.


COVID-19 감염 후 어떤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나요?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저널(Journal JAMA Psychiatry)에서 발표한 ‘COVID-19 감염 증상 타임라인’에 따르면, COVID-19 확진으로부터 4주 이후에 특징적으로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주로 나타날 수 있는 정신과적 증상으로는 피로, 근육통, 두통, 자율신경계실조증(dysautonomia), 인지기능의 손상 등이 있고, COVID-19 생존자의 30~40%에서 우울, 불안, 불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이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COVID-19 환자의 장기적인 후유증과 관련하여 최근 발표된 두 가지 연구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COVID-19 생존자 27만 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COVID-19 생존자 중 57%가 확진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1개 이상의 장기적인 COVID-19 후유증을 겪고 있고, 이 중 36.55%는 3~6개월에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적인 후유증 중에서도 우울, 불안 증상이 다른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증상 등에 비해 두드러졌고, 노인이나 중환자실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멍한 느낌이 지속되어 인지기능, 주의력 및 집중력이 저하되며 마치 머리에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을 일컫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COVID-19 후유증을 성향 점수 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 기법을 통해 인플루엔자 후유증과 비교 분석했을 때, COVID-19 이후 발생하는 후유증이 인플루엔자에 비해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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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COVID-19 생존자의 장기적인 후유증을 1년간 전향적으로 관찰한 한 국내 연구에 의하면, COVID-19 생존자 중 52.7%가 COVID-19 확진 이후로도 6개월, 혹은 1년간 지속적으로 COVID-19 관련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5.0%가 이로 인해 외래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COVID-19 감염 이후 지속된 45가지 증상 중에서도, 12개월까지 지속되었던 가장 흔한 증상 10가지 중 대다수인 8가지가 정신과적 문제였는데, 집중력 저하(22.4%), 인지장애(21.2%), 기억장애(19.9%), 우울(17.8%), 피로(16.2%), 불안(16.2%), 불면(13.3%), 사회공포증(12.0%) 순으로 발생률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COVID-19에 의한 정신과적 후유증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염증에 의해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가 파괴되어 중추신경계로 유입되는 사이토카인(cytokine)이 증가하거나,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microglial activation)와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신경염증이 단기적으로는 섬망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인지기능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면역 조절 장애, 미세혈관 혈전증, 뇌의 염증성, 저산소성 손상 등의 병태생리학적 원인, COVID-19 감염으로 인해 초래된 차별이나 실직, 소외, 격리 등으로 인한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COVID-19 이후 발생하는 정신과적 후유증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롱 코비드는 COVID-19 감염 당시 증상이 심할수록 더 많이 나타나나요?

많은 연구에서 COVID-19 생존자의 장기적인 후유증은 고령자, 여성, 심한 염증반응이나 자가면역반응으로 COVID-19를 심하게 앓은 사람에서 더 흔하게 관찰되었으나, 롱 코비드는 COVID-19 진단 당시 증상의 심각도나 연령, 치료방법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롱 코비드 환자에게 어떤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가요?

아직 롱 코비드 환자를 대상으로 제시된 검사 및 치료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COVID-19 이후 지속되는 증상의 기질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혈액, 영상 등의 검사를 해볼 수 있고, 정신과적 증상의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간단한 자가보고식 검사부터 임상심리사 대면 검사까지 다양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 평가 후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롱 코비드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인지기능 저하 및 우울, 불안, 신체 증상에 유의하며 증상에 따른 약물 및 면담 치료를 시행합니다.


이대서울병원에서는 코로나 웰케어 클리닉을 운영하며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이대서울병원 코로나 웰케어 클리닉에서는 다학제적 접근을 기반으로 필요 시 의료진 간의 협진을 통해 롱 코비드 환자를 체계적으로 진료합니다. COVID-19 감염 이후 발생한 정신과적 증상의 평가 및 처치를 위해 진료를 원하는 분은 외래 예약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로 직접 내원이 가능하며, 다른 과에서도 간단한 자가보고식 설문지를 통해 정신과적 평가를 한 후 유의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허담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는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목동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이대서울병원에서 전임의로 재직하고 있다. 진료분야는 노인정신장애(우울증, 인지기능저하, 치매), 우울/불안장애, 불면증 및 수면장애, 조현병 및 정신증적 장애, 양극성장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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