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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잠자리 힘들었는데…” 여성 성욕저하장애 치료제,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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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08-09


“남편과 잠자리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남편이 싫은 건 아닌데 잠자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어쩌다 가끔 마음이 동해 잠자리를 하면 흥분되지도 않고... 남편은 저를 정말 잘 위해주거든요. 잠자리를 피하면 남편은 자기가 무슨 잘못한 것이 있는지 신경을 쓰고 걱정하니 매번 피하기도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 생각 없이 응하기만 하는 제 모습이 비참하기도 하구요. 벌써 갱년기인가요? 생리도 규칙적이고 42살이면 아직 갱년기가 먼 거 아닌가요?“


성욕도 없고, 정성껏 받는 성적 자극에도 반응이 더디고 무디다면 성욕저하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성욕저하장애는 30~40대 여성에서 특히 문제다. 아직 여성호르몬은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데도 성생활에서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므로 본인이나 상대방에게 고민과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욕저하장애는 폐경한 여성이 많이 경험하게 된다.


성욕이 넘쳐 사고를 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필요한 만큼 성욕이 생기지 않아도 괴롭다. 발기부전 치료약처럼 그냥 약 먹고 치료할 날이 여성에게도 올 수 있을까?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두 개의 알약을 보여준다. 하나는 꿈 같은 현실에 머물게 하는 약이고 하나는 꿈에서 깨어나 실제로는 어떨지 모를 진짜 현실과 마주하게 하는 약이다. 영화 속 암시는 저 멀리 놔두자.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알약 하나를 먹으면 원하는 대로 되는 약이 있다면 질병 치료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상상해보게 된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여성 성욕저하장애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를 받고, 국내 판권을 가진 우리나라 제약회사도 이 약의 국내 판매를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약은 브리멜라노타이드라는 물질로 뇌 신경중추 중 멜라노콜틴 수용체를 자극해 성욕과 성 반응에 관련된 기능을 돕는 치료제다. 비록 먹는 약은 아니지만 필요 시 간단히 피하주사를 하면 되기에 성욕저하장애로 고통 받는 여성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여성용 비아그라’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플리반세린(상품명 에디)가 화제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약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 약도 성욕이 없거나 떨어져 성생활이 고통스러운 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플리반세린은 먹는 약이라는 간편하다.


그러면 이렇게 쉽게 먹는 알약이나 피하주사제가 여성 성기능 장애 치료제로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인류의 성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개발됐을 때 의사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제 각각이었다.


남성 발기부전이 정신적인(심리적 스트레스) 문제로만 여겼던 선입견을 깬다는데 흥분했고,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의사도 많았다. 몇몇 의사는 인간이 섹스만을 위해 약도 만들었다며 세상의 종말이 오고 있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물론 세상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으로 고통 받는 남성에게는 사막의 단비와 같은 존재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한 유사 발기부전 치료제와 복제약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게다가 폐동맥고혈압, 고산병, 배뇨장애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여성은 성욕이 있다고 남성과 달리 일사천리로 되지 않는다. 심리·몸·호르몬 상태, 주변 여건, 분위기, 상대방 태도, 냄새 등 굉장히 복잡한 조건이 조화를 이뤄야 만족스런 성관계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남성의 성 반응 단계를 발사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지만, 여성의 성 반응 단계는 온 버튼, 조절 버튼, 조절 다이얼, 보조 장치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비행기 조종실이다. 그러니 약이나 주사 한 번으로 모두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약이 있으면 적어도 시동은 걸 수 있다. 그래야 비행기를 띄우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글·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