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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창피하다고요? 숨기지 않는 것이 ‘요실금 치료’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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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08-05


창피하다고요? 숨기지 않는 것이 ‘요실금 치료’의 첫걸음


강의 준비로 자료를 찾다가 재미있는 걸 보았다. 2015년 유엔에서 발표한 새로운 연령대의 구분 기준이었다. 이에 따르면 중년은 66~79세, 노년은 80세 이상으로 나눴다. 물론 이런 파격적인 기준은 의·과학 발달로 변화하는 인류의 건강 상태와 늘어나는 평균 수명을 반영한 결과다. 우리가 지금 노인으로 규정하는 만 65세 이상이 현실적으로도 과거 노인보다 더 활동적이고 건강도 좋기에 유엔의 구분이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는 아니다.

더구나 건강 증진은 국가적으로 큰 신경을 쓰는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질환 외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할 질환이 바로 비뇨의학과 질환이다. 요실금이 대표적이다. 요실금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소변을 지리는 현상이다. 기침하거나, 크게 웃거나 뛸 때 소변을 지리기도 하고, 마렵기 바쁘게 새버리기도 한다. 언제 나왔는지 모르게 소변이 속옷에 묻어 있어 당황하기도 한다.

요실금은 성인 여성에게 상당히 많이 발병하는 질병이다. 성인 여성의 45% 이상에서 이를 경험하고,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나 요실금을 앓는 여성 대부분은 창피하게 여겨 병을 숨긴다. 요실금 환자가 주변에도 너무 많아 나이 들면 으레 생기는 현상으로 여겨 적응(?)해 버리는 사람도 꽤 많다.

주말에 아이들과 한강 둔치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달리다가 운동복 바지에 소변이 눈에 띄게 젖어 너무 당황스러웠다는 얘기, 나잇살을 빼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뛰거나 힘을 줄 때 소변이 새어 나와 포기했다든지, 소변을 참기 어려워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영화 한 번 보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얘기 등등 드물지 않다.

요실금으로 중년 여성들은 자신감 상실과 의욕 저하, 대인 기피증이 생길 수 있다. 노인에게는 당혹감이나 수치심 같은 정서적인 문제까지 동반될 수 있다. 또한 요실금 때문에 일상 활동을 줄이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꺼리게 된다. 소변이 속옷에 계속 묻어 있으면 피부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소변 지린 냄새는 가족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 재채기, 웃음, 뛰기 등 배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복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방광 경부와 요도를 받치고 있는 골반저근이라는 근육이 약해져 본래 위치보다 아래로 처지면서 요도가 열러 소변이 찔끔 나오는 현상이다. 대개 기침을 하거나 뛸 때, 때로는 크게 웃거나, 소리 지를 때 지리기도 한다. 심하면 성관계 도중 소변이 새기도 한다.

절박성 요실금은 과민성 방광 때문에 생길 수 있다. 방광이 소변이 차는 정도나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해 소변이 갑자기 마려워 화장실에 가는 동안 지릴 정도로 조절하기 힘들다. 절박성 요실금이라면 성관계를 하다가 소변이 갑자기 마려워 화장실에 뛰어 가거나 도중에 소변을 보기도 한다. 수치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필자를 포함한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에서 요실금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우울하고, 자기 신체에 대해 부정적이며, 성생활을 하기도 꺼린다. 요실금을 치료하고 나면 이런 증상은 호전된다.

복압성 요실금이나 절박성 요실금은 모든 연령대에서 생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많아진다. 특히 절박성 요실금은 고령인에게 특히 많다. 요실금은 개인 위생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삶의 미묘한 질적 문제까지 일으킨다.

절박성 요실금은 약물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며, 복압성 요실금은 수술로 교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을 복용하기 어렵거나 수술이 어려우면 보톨리늄톡신 주사, 전기자극치료, 골반근육 운동, 천수신경조정술 같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건강 백세시대다. 요실금은 더 이상 창피한 병이 아니라 깨끗하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중장년과 노년을 보내기 위해 반드시 치료·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글·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