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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소변 보는데 1년에 182시간… 방광 이상 얕봤다간 생명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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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06-17

소변 보려고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건강한 성인이 적절히 수분을 섭취한다면 한 번에 300㏄ 내외, 하루 6회 정도 오줌을 눈다. 소변 보려고 바지를 내리고 올리는 시간 등을 합해 5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화장실에서 소변 보는데 하루에 쓰는 시간은 30분 정도다. 1년이라면 182.5시간(7.6일)이다. “에이,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얼마 안되네?”라고 할지 모르겠다.


1년에 182.5시간이 정말 얼마 안 되는 시간일까? 직장인들이 밥 한끼 먹는 데 20분 정도 걸린다. 넉넉잡아 30분이라해도 하루 90분, 1년에 547.5시간(22.8일) 정도다. 그러면 먹는데 3주 정도, 소변 누는데 1주 정도 걸리면 평생 소변 보려고 쓰는 시간은 음식을 먹는 데 쓰는 시간의 3분의 1 정도다. 


문제는 이런 시간이 방광이 정상이 아닐 때다. 방광에 문제 있다면 크게 달라진다. 소변으로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몇 배나 늘어난다. 방광 이상 증상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빈뇨다. 즉 하루에 소변을 8회 이상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소한 2시간마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 갑자기 오줌이 마렵거나,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오줌이 새는 절박뇨일 때도 마찬가지다.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거나 다른 이유로 깼을 때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일 때도 마찬가지다. 정상이라면 자다가 소변 때문에 한 번도 깨지 않는다. 잠자다가 2번 이상 소변 보려고 일어나야 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이 같은 빈뇨 절박뇨 야간뇨 등 방광 이상 증상을 ‘하부요로 증상’이라고 한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고, 소변을 누어도 개운하지 않고, 다시 마려워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수 밖에 없다. 시원한 느낌이 들 때까지 변기에 앉아 있는 일이 잦아지고 심지어 아주 마려워 급히 화장실에 갔지만 쉽게 누지 못하거나 나와도 양도 적고 때로는 힘을 줘 쥐어짜야 조금 나올까 말까다.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이런 일이 일상화되다 보면 ‘방광염에 걸렸나‘하고 걱정이 앞선다.


쉽게 말해 소변볼 때 요도가 아프고 피가 나와 소변 세균배양검사에서 세균이 자랐다면 급성 세균성 방광염이다. 세균은 없지만 방광염처럼 몇 주간 소변볼 때 아프거나 방광이 찰 때 아프다면 방광통증후군이나 간질성방광염일 수 있다. 아프지도 피가 나오지도 않고, 소변검사에서도 정상인데 자주 마렵고 잘 참지 못한다면 과민성 방광일 수 있다. 


방광 이상 증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잘 생긴다. 요도가 짧고 직선이며 요도 입구 뒤로 바로 질과 항문이 있어 쉽게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방광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소변을 참으면 좋지 않다고 하는데…’, ‘물만 마시면 마려워지니 어떻게 해야 하나?’, ‘소변이 마려우면 아랫배도 뻐근하고, 소변을 누어도 요도와 아래가 뻐근하고 화끈거리지만 검사하면 정상이라는데…’, ‘난잡하게 살지 않았고, 건강을 잘 챙기는데 소변 때문에 짜증날 줄 몰랐다’ 등등.


누구나 오줌을 누지만 하루라도 제대로 못 누면 생명을 위험할 수 있다. 소변의 저장·배출을 맡은 소중한 방광은 의외로 연약하고 섬세하다. 방광을 방치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방광 이상 증상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소변을 누는데 1년에 1주일 밖에 걸리지 않지만, 방광이 건강하지 못하면 남은 평생이 괴로워진다.




글·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